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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31 [파리 둘째날] 오페라 하우스, 몽마르뜨 (Palais Garnier, Montmartre)

[파리 둘째날] 오페라 하우스, 몽마르뜨 (Palais Garnier, Montmar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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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참 알면 알수록 오묘하다. 프랑스 떠나기 전  재미삼아(?) 아주 약간.. 그냥 읽고 발음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로 익혀봤는데, 어렵기도 어렵지만 아름답기도 아름답다. 정말 영어따위(?) 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급 언어인것 같은 느낌도 든다.
말은 민족성을 반영한다고 했나? 아니... 언어에 의해 민족성이 결정되는것 같다. 내가 프랑스어 살짝 간만 맛보고도 영어따위(?)라는 표현을 쓰는데... 하물며 프랑스인들이 영어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어떻겠는가?
왜.. 영어로 이야기하면 모르는척 하거나 알면서도 프랑스어로 답변해주는지 이해가 가기도 할 것 같다.
이런 언어를 사용해서 그러는지 프랑스 사람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자존심'이 센것 같기도 하고, '낭만'적인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 같은 외국인에겐 ..... '낭만'은 사라지고 그저 '불편함'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여느때랑 다름없이 마들렌 성당을 나와서 헤매고 있는 나...!!!


마들렌 성당 뒷면과 그 쪽으로 난 길.. 트롱셰가


이 길 5번지에 마들렌 성당에서 장례를 치른 위대한 작곡가가 잠시 머물렀었다. 전형적인 파리풍의 아파트...



이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으면 파리에서(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오페라 하우스(Palais Garnier)가 나타난다.


흔히 파리 오페라 극장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이 되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저 위에 지붕에는 황금으로 장식된 하프를 들고있는 아폴로 상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하니.. 갑자기 내부가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런던에서 2번의 뮤지컬을 봤지만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450명이나 한꺼번에 등장할 수 있는 웅장한 무대... 그 무대를 수놓는 화려한 의상과 안무, 그리고 환호하는 2,200명의 관객.
9월부터 6월까지는 수,금,일 투어(11시반 타임, 2시반 타임), 7,8월에는 매일 같은시각 투어가 있으니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어 못 들른게 아쉬울 따름...


건물 외벽도 화려하게 장식을 해놓았으며 이름만 봐도 유명한 음악가들이 줄줄....

                                                                               천재 모짜르트 부터 시작해서.....

                                                                                      음악의 아버지... 바흐..

                                                                                   수많은 교향곡을 남긴 하이든......

음악가는 이해하겠는데 이 조각상은 도대체 음악이랑 무슨 상관이지? 약간 외설적인것 같기도 하고...... 신화의 한 장면인가?

                                         1층 건물 외벽 양쪽을 장식하는 조각들... 아마 음악과 관련된 신화에서 빌려왔겠지?

오페라 가르니에를 끝으로 오전 관람을 마치고 빵집에서 바게뜨 빵을 사서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거린다.
바게뜨.... 분명 조심해서 먹었건만, 입 천장이 벌써 헐어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첫 고통(?)을 잠시 넘기고 나면 이내 말랑말랑한 빵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느낌.... 
학교에서도 프랑스인을 접해봤지만 프랑스인은 정말 솔직 담백한것 같다. 그들은 가식이 없다. 영국인들은 '신사'라는 타이틀과 강박관념 때문에 속으로는 싫어하면서도 겉으로는 부드러운 표정을 짓지만, 프랑스인들은 솔직하게 싫으면 싫다고 한다. 싫어하지 않으면 한없이 친절하다.
똑 부러지는 맛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 바게뜨 빵도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알고보면 부드러운 프랑스 사람을 닮았다고 해야하나??
아.. 그러고 보니 여기와서 프랑스인 Cecile이 파리오면 전화하라고 전화번호 줬는데 영국 전화번호를 주는 바람에 통화에 실패했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되지? 날 만나기 싫었다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지언정, 잘못된 전화번호는 주지 않았겠지? 흐흐... 아마 잠시 생각이 없었던 듯... (오.. 이런 완벽한 자기 합리화.. -_-;;)

지하철을 타면 순식간에 몽마르뜨에 갈 수 있다.  거리 예술가들의 활동무대 몽마르뜨. 특히나 화가들이 많으나 이날 유독 날씨가 추워서인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분도 이미 캔버스를 옆에 끼고 장사를 접으신듯.. 길거리 거리 화가 한명이 날 붙잡고 그림 한 점 그리라고 했으나 내가 'No' 라고 답하자
추운날씨로 인해 손님을 못 만난듯 'Oh, Please~' 라고 하신다. 미안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것도 없지만) 추운데 가만히 앉아있는것 만큼 큰 고통도 없지... -_-


하지만 추운날씨에도 위풍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몽마르뜨 언덕의 대표 건축물......사크르 쾨르(Sacre Coere) 성당.

설마 독일에게...(비스마르크의 통일 이전만 하더라도 독일은 그저 유럽의 동네북이었다.) 지겠어 했던 보불전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하고 프로이센군의 파리입성과 알자스-로렌 지방의 할양 등... 자존심에 강한 프랑스 민족이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자, 시민들의 순수 기부금 4000만 프랑으로 40여년에 걸쳐 지은 성당이다.


외세의 침입을 종교시설을 이용하여 시민들을 단결시키고 물리치고자 한다..... 왠지 스토리가 고려의 팔만대장경과 비슷하게 흘러가는것 같다. 머리와 눈색깔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단결하고자 하는 뜨거운 가슴은 시기와 장소를 초월하여 똑같은것 같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사진을 찍다보니 우연히 포착


이곳의 계단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앉아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계단앞 공터는 자신들의 장기를 발휘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추운날씨로 인해... 프로페셔널 예술인들만 이렇게 자리잡고 있을 뿐......



파리의 거리 예술가들은 모두 허가제이다. 정부로 부터 받은 허가증이 있으며 세금도 내는 엄연한 직업이다. 이분들은 음반까지 내셨군요.^^


정면 문에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린 조각이 있다. 그 중 십자가 수난..



이곳 종루에는 무게 26 t 의 세계 최대의 종이 매달려 있다.


성당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 난 여기서 2유로를 주고 초를 하나 사서 기도를 드렸다.
팔만대장경을 통해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몽고의 지배를 벗어났고, 사크르 쾨르를 통해 프랑스는 알자스-로렌스 지방을 복원시키고 2차 대전에서도 승리하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거듭 태어났으니 여기서 기도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더더군다나 전부 외세에 의한 지배에서 벗어났으니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네......
대한민국 사람을 대표해서 개인적인 내용이 아닌 국가적인 내용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2유로 과감히 쾌척~!! ^^;

그리고 이 성당 정면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지키고 서 있는 잔다르크....

파리시내를 향해 칼을 세운 모습의 잔다르크.. 마치 전투를 승리로 끝내고 아군의 함성을 이끌어 내려는 듯한 모습이다.  다시는 파리를 넘보지 말라는 강한 메세지가 담겨있는듯...


이분은 누구신지 모르겠다. 무슬림으로부터 전 유럽을 구한 샤를마뉴 대제라도 되려나?  아무튼 선이 굵직굵직한 사원에 걸맞게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으려는 염원이 강하게 서려 있는 동상들이다.


하지만 몽마르뜨의 가장 압권은 파리 시내 전경을 130m 의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것...
산이 없는 파리에서는 몽마르뜨 언덕이 가장 높은 고지대이다.

얼핏보면 맑은날 같지만 먼 시야를 바라보면 하늘이 뿌옇다. 도심 스모그일까? 오른편 저 멀리 파리에서 가장 높다는 몽빠르나스 빌딩이 보인다.

사진을 보면 약간 어둑해서 저녁을 향해 시간이 달려 가는것 처럼 보이지만 저 멀리 건물을 담기위해 조리개를 조였을 뿐 이제 겨우 1시를 넘겼을 뿐이다. 먹다 남긴 바게뜨를 다시 씹는다. 입천장이 또 다시 아리 하지만 먹고 살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
아.. 그렇다. 먹는것도 중요하지만 사진도 남겨야지...

이역만리 낮선 이국땅에서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쌍의 커플이 보이네. DSLR도 들고있어 사진 좀 찍을 줄 알겠다 싶어 냉큼 좀 찍어달라고 했다. 역시... 한국인이 찍어주니 뭔가 다르다.. 여지껏 사진중 최고~!!! ^o^ 그래서 과감히 큰 사진으로 업데이트.. ^^

그러고 보니 몽마르뜨 언덕에서 사원과 주변을 너무 음미 했던것 같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네. 오페라 가르니에는 들어가지 않고, 겉만 둘러보고 왔으나 시간이 이정도면... 서둘러야겠다 싶어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몽마르뜨의 골목들... 좁고, 낙서있고... 칠이 벗겨지고... 한국의 여느 뒷골목과 다를바가 없는 곳이다.


다른점이 있다면 저렇게 좁아도 주차만큼은 가지런히 되어 있다는 점... 간판이 우리나라처럼 들쑥날쑥 거리 미관을 헤치지 않는다는 점..

사크르쾨르가 가장 고지대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상당히 편하다. 내가 가고 있는곳은 몽마르뜨 묘지.
가는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에게 'Montmarte Cemetery'라고 묻자 잘 못알아 듣는다. 하는수 없이 어설픈 프랑스어로 Cimetiere de Monmartre (씨미띠(ㄹ)+(ㅎ)ㅔ 드 몽마ㅎ??) 그러자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키네... 
이 사람들아.. 도대체 '몽마르트 씨미트리'랑 '씨미띠(ㄹ)+(ㅎ)ㅔ 드 몽마ㅎ'랑 별 차이도 없구만.. 왜 못 알아 듣니...?? ㅜ.ㅜ

어렵게 어렵게 찾아온 몽마르뜨 묘지



이렇게 고생해서 찾아오고자 한 이유는 여기도 유명(?) 음악가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헥토르 베를리오즈. 프랑스 작곡가.. 사실 그의 음악이 별로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끌은 것은 그의 굽히지 않는 정신... 집안의 반대를 설득하여 음악원에 들어갔으며, 대학에서도 교수들과 설전을 벌여가며 자신만의 음악적 성향을 구축해왔던 인물.

  당시 음악적 사조는 이미 낭만주의에 있었지만 교향곡 만큼은 고전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초로 '환상 교향곡'이라는 표제 음악을 작곡하여 그 밑바닥에 흐르는 격정과 영감을 통해 당시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파격적인 음악적 구성, 그리고 그의 작품속에 녹아들어간 여인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의 음악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후기 낭만주의..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결국에는 얻어낸 사랑..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흔히 내 뱉는말... "영화니까 가능하지..."  정말 꼭 영화 같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스토리를 살아온 인물이다.

부모의 반대 극복, 시대의 흐름에 같이 파묻히는 구태의연함의 극복... 그로 인해 얻은 성공들... 이 모두가 내가 꿈꾸는 삶들....
캬~~ 내가 파리에 오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사람의 묘를 볼 수 있으리요?

몽마르뜨 묘지에는 베를리오즈 뿐만 아니라 작곡가 오펜바흐, 작가 에밀 졸라, 알렉상드로 뒤마, 예술인 드가 등 유명인들이 꽤 많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내 흥미를 끄는 사람은 별로 없어 베를리오즈만 보고 그냥 물러간다. 


떠나기전 잠시 공원묘지 화장실에 들렀더니 이런 변기는 처음보네... 신기해서 촬영~!!

호기심을 너무 강하게 자극하여 물을 내려보니 희안하게 발판에는 물이 닿지 않는다.
나도 참 희안하다. 변기나 찍고 있으니....  (옵화야 뵨태 아니삼~ ㅋㅋ..)

밖으로 나오면서 묘지 관리인에게 지하철 역이 어디냐고 영어로 물으니 영어라서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길래... 바로 Metro (메트ㄹ+ㅎㅗ) 라고 프랑스어 발음을 툭 뱉으니 역시나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켜 주네... 푸훗.. 정말로 못말리겠다. 프랑스 사람들...



몽마르뜨 근처에 물랑루즈가 있다길래 그 영화를 보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이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찍는 명소라고 해서 나도 가보기로 했다.
몽마르뜨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두 정거장만 가면 있는데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느 방향인지 몰라 유모차를 세워두고 잡담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 물어보았다.

나 : Excuse me, Can you tell me where the Moulin Rouge is?
프랑스인 : ???
나 : (한번 더) Moulin Rouge? (분명히 L과 R 발음을 똑바로 했는데....)
프랑스인 : Can you spell the word?
나 : (그냥 프랑스어 발음으로..) 물랭 ㄹ+후~즈
프랑스인 : Ah~~!! Moulin Rouge~~~ X 2 (두번 반복)  Tout droit la route..... 쏼라쏼라...
                그러면서 아까는 영어로 말해놓고 길 설명은 프랑스어로....
나 : -_-a  메르ㅎ씨 보꾸~!! -_-;;

이거 뭐.. 코메디쇼 하는것도 아니고... -_-;; 프랑스인과의 대화는 늘상 이런식이다.
그리고 이날 대화로 난 결론을 얻었지. 영어 할 줄 아는 프랑스 인들은 자존심 때문에 절대로 영어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냥 길 따라가다보면 보이겠지 뭐.....
그러고 보니... 애들 교육상 썩 좋은 도로는 아니군 그래...

                                                                                   길 양편으로 즐비한 섹스샵들.....


그리고 지하철역 입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물랑루즈...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 때문에 프랑스인들이랑 같이 삽질한거니?? ㅡㅡ;;

겨울철에 여행을 오면 아쉬운 점이 바로 이거다. 손님이 별로 없을때 보수공사 들어간다는 것.. 사진찍기 매우 안 좋다.


그래도 찍고 봐야지... |^o^/

여기는 일종의 쇼를 하는 곳인데 어떤 쇼인지는 건물 안을 들어가보면 알 수 있다. 홀이 있고 출입문이 있어, 들어가기 전 홀 주변 벽면에 홀로그램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장면이 변하는 사진을 둘러볼 수 있는데 일종의 '고풍스러운 Adult show(?)' 정도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  주변 도로도 섹스샵으로 즐비한 것을 봐서 이 주변을 환락가(街) 정도로 여기면 될 것 같다.
환락가 그러면 저질 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런 이미지를 고풍스럽게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곳이 바로 저 물랑루즈이다.
내 기억으로는 저걸 보려면 140유로 이상을 줘야 됐던가??  왜 여기까지 와서 공연은 안보고 사진만 찍고 가는지 알 것 같군.. ^^;


이제 이 정도면 몽마르뜨 주변은 다 둘러본 셈이다.
하루종일 밖으로 돌아다녔더니 몸이 고단하고 추워진다. 벌써 해가 지평선 밑으로 많이 내려와있다. 해가 질수록 날씨가 더욱 추워질테지... 오늘 밤은 파리 유람선도 타보기로 했으니, 숙소에서 몸 좀 녹인 후 나의 보호막.. 군복잠바를 입고 다시 나와야겠다.

몽마르뜨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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